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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컨설팅팀을 고르는 법

글쓴이
jason KIM

HR 컨설팅에도 봄이 왔나봄

코로나19로 인해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지난 수년 간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더디게 바뀌던 것(예: 탄력근로)을 코로나19가 1년 만에 해냈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올해 들어 HR 컨설팅 수요가 폭발한 느낌입니다. 원래도 봄이 오는 2분기가 HR 컨설팅의 성수기인데, 거기에 새로운 컨설팅 수요가 더해지면서 모든 HR 컨설팅 회사들이 호황을 맞았습니다. 이 업계의 ‘고인물’인 저조차도 2000년대 초 이후에 가장 큰 호황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업계 선후배님들 호황은 잘 누리고 계신가요?)
벌써 20년 전이라서 비교하는 것조차 어색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 HR 컨설팅이 호황이었을 때는 프로젝트 주제가 한두 가지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직무성과주의 인사제도 설계’였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이력서를 봐도, 이 시절에 했던 거의 모든 프로젝트명이 신기할 정도로 똑같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고객사가 컨설팅 회사에 요청하는 주제가 매우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인사제도 설계 컨설팅 외에도, 조직진단 및 역량진단 같은 진단 수요도 많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것 같은데) 인사정보시스템(HRIS) 설계와 구축 프로젝트도 많아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여러 회사에서 노사 간에 임금인상 및 성과급 논란이 있어서 그런지, 시장임금조사를 포함한 보상제도 개편 프로젝트도 많이 요청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HR 컨설팅 주제와 서비스 주체가 다양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통적인 컨설팅의 영역은 약간 진부하기도 하고, 두꺼운 보고서 외에 고객사에 어떤 가치를 드리는지 늘 고민하게 만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도 컨설팅 회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지, 또 그 서비스를 어떤 방식(예: 프로젝트, 자문, 자료 제공)으로 제공받는 것이 효과적인지 점점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저는 기쁩니다.

좋은 컨설팅 회사 또는 프로젝트팀을 고르는 법

이 글을 쓰기 전에 저 스스로 몇 가지가 걱정되었습니다. 첫째는, 제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힌 글을 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20년 정도 컨설턴트로 일했으니 경험은 충분하다 하더라도, 지금 작은 컨설팅 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에 과하게 제 입장에서 글을 쓴 것으로 오해받을 것이 두려웠습니다.
둘째는, 저희 업계의 비밀(?)을 과하게 까발려서 동종업계 종사자에게 지탄받을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알음알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관행 같은 것(마치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같은…)이 있는데, 이것을 굳이 글로 남기는 것도 약간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HR 컨설팅의 호황기를 맞아, 지금까지 컨설팅 회사 또는 컨설턴트를 활용하지 않았다가 올해 새롭게 접촉하고 계신 신규 고객사를 위해 몇 글자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아랫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러니 참고만 하시고,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각자의 기준대로 하십시오.
1. PM이 중요합니다. 회사보다는 PM을 잘 선택하십시오.
컨설팅 회사의 브랜드가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똑같은 옷이라도 명품 브랜드의 라벨이 있으면 더 있어 보이듯이, 컨설팅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사제도에 큰 변화를 추진해야 할 때를 가정해보죠. 이 상황이라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직원들도 다 알 만한 소위 네임드(named) 컨설팅 회사가 이렇게 권고했다고 주장하는 편이 낫습니다. 브랜드라고 하는 권위(authority)가 주는 힘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프로젝트가 이렇게 브랜드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실체가 아주 뚜렷한 결과물 또는 서비스가 필요하거나, 큰 변화보다는 소소한 변경에 해당하는 프로젝트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때는 회사보다는 PM(Project Manager)을 잘 선택하십시오. 컨설팅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PM의 능력과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극단적으로 제안 프레젠테이션은 제안 내용의 퀄리티를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PM에 대한 면접 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좋은 PM을 고르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마십시오. 공식적인 제안 프레젠테이션 외에 별도의 1:1 인터뷰나 과거 고객사에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를 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함께 일할 직원을 뽑는다는 진지한 태도로 접근하시면 됩니다.
2. 팀원의 조합과 구성을 잘 보십시오.
컨설팅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 PM이긴 하지만, 함께 일하는 팀원도 중요합니다.
각자의 능력∙경력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조합과 구성을 더 잘 보시라고 조언 드립니다. 예를 들어, 요즘 HR 컨설팅 회사는 대부분 허리층이 얇습니다. 즉, 경력 5~8년 정도 되는, 대기업으로 말하면 한창 실무에 물이 오른 대리~과장급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HR 컨설팅 회사들이 프로젝트팀을 구성할 때, PM 한 명에 경력 5년 미만의 주니어들 몇 명으로 조합합니다. 이러한 초급 주니어들은 (능력이 출중한 소수를 제외하면) 자료 검색과 보고서 작성 같은 단순 업무 외에는 기여할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PM을 제외하고 그 팀에서 차선임자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얼마나 경험을 갖췄는지 파악하십시오. 그리고 전체적으로 컨설팅 팀의 인력구조가 연령, 경력, 직급에 따라 적절한 균형을 갖췄는지 살펴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컨설팅 수요가 갑자기 늘다 보니 일부 컨설팅 회사는 외부프리랜서들을 조합해서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를 쓰는 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도 한때 프리랜서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능력 있는 프리랜서는 프로젝트팀에 아주 소중한 자원입니다. 다만, 문제는 프로젝트팀의 모든 인력이 프리랜서이거나, 가장 핵심인력인 PM이 프리랜서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프로젝트 종료 후에 제대로 된 Follow-up 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리랜서는 말 그대로 ‘용병’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단위로 일합니다. 귀사의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즉시 그 프로젝트는 기억에서 지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방법을 잘 모르겠지만, 만약 확인할 방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제안받은 컨설팅 팀 구성원들 간에 팀워크 또는 소위 케미를 확인해보십시오. 큰 컨설팅 회사, 소위 빅펌(big firm)의 경우에는 같은 회사 소속이긴 해도 얼굴을 처음 본 사이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꼭 친해야만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프로젝트가 2~4개월로 짧게 진행되기 때문에, 팀원 간 팀워크가 좋고 이미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팀이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3. 동종/유사 업계 경험이 중요한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를 잘 구분하십시오.
동종/유사 업계 경험이 있는 프로젝트팀을 과하게 찾는 고객사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프로젝트는 그런 경험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고, 반대로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저희 산업을 잘 아세요?”라고 묻고 그것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사업전략을 짜는 전략 컨설팅이라면 당연히 동종/유사 업계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 산업의 흐름, 경쟁구도, 관련 법규를 잘 알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대체로 HR 컨설팅은 산업에 대한 이해가 아주아주(x100)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객사의 역사, 조직구조, 지배구조, 인사제도 변화 추이, 현재 이슈 등을 빠르게 잘 파악하는 학습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긴 합니다.
시장임금조사 또는 벤치마킹 프로젝트는 동종/유사 업계 경험과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다만, 이때도 꼭 한 가지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벤치마킹은 거의 대부분 ‘상호호혜성의 원칙’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기브앤드테이크’이죠. A라는 고객사가 B라는 경쟁사의 정보를 얻을 때는 반대로 B에 A사의 정보를 일부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기만 하는 벤치마킹 프로젝트는 많지 않습니다.
4.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지 확인하십시오.
HR 컨설팅 회사와 딱 한 번만 협업하고 끝낼 계획이라면 이 내용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왕 한 번 협업했으니 앞으로도 여러 주제로 함께 협업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면, 컨설팅 회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전체 모습을 파악하십시오. 요즘에는 인사제도 설계만 하는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이 상시 자문, 심리진단, 코칭, 인사정보시스템(HRIS), 노무 컨설팅, HR 빅데이터, 기업교육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가 제공하는 전체 서비스의 종류와 품질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협업하는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 또 어떤 업무로 협업할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또 한 가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유연성이 있는지도 확인하십시오.
예를 들어, 제도 설계 프로젝트가 끝난 후 계약된 기간 동안 수시 자문 또는 실행지원이 가능한지, 아니면 아예 현업 인사팀이 바쁜 연말에 한 달이라도 상주하면서 인건비 시뮬레이션 같은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이는 컨설팅 회사마다 전략과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뭐가 꼭 좋고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유연하게 고객의 요구에 응대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5. 컨설팅 비용을 현명하게 쓰십시오.
가장 예민한 부분인 ‘돈’에 관련한 부분입니다. 제가 함부로 “이 정도가 적정가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자격도 없지만, 그랬다가는 제가 업계에서 매장당할까 봐 두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간단한 팁을 몇 가지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컨설팅 팀의 상주(on-site)를 너무 고집하지 마십시오. 우리나라의 컨설팅 시장이 좀 독특하다고 하더군요. 외국에서는 컨설팅 팀이 고객사의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상주(on-site) 문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돈을 더 주더라도 컨설팅 팀이 바로 곁에 있길 바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 옆에 두고 감시하지 않으면 딴짓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으로 의심이 돼서 그런가 봅니다 (이 의심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하겠네요.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기에…). 그래서 컨설팅 회사들도 이 점을 이용해서 상주 프로젝트에는 프리미엄을 얹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직원들이 너희 회사에 올인하니까 그만큼의 보상을 해라”라는 것이죠. 그러나 컨설팅 회사와 PM이 믿을 만하다는 전제하에서는 꼭 상주를 고집하지 마십시오. 비상주(off-site) 방식으로 일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객사 TF 또는 일반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자주 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만… 둘째, 고객사마다 사정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을 고려해보십시오. 경쟁입찰을 하면 경쟁 때문에 용역비가 내려가리라 생각하시는데 이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절반이 틀린 이유는, 경쟁입찰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제안 가격에 더하기 때문입니다. 컨설팅 회사 입장에서는 제안서 작성 및 관련 서류 준비는 일종의 ‘그림자 노동’입니다. 즉, 고객사에 용역비를 청구하지는 못하는데 상당한 공수가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미리 점찍어둔 우수한 컨설팅 회사에 “제안 작업에 들어가는 공수를 절약해줄 테니, 용역비에 그 점을 반영해달라”라고 잘 이야기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런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서두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자칫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작성해봤습니다.
제 생각을 다소 거칠게 풀어냈습니다만, 그럼에도 처음 컨설팅 회사와 접촉해야 하는 경우, 또 HR 컨설팅 회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한 경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혹시 또 궁금한 것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래의 연락처로 부담없이 연락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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